세글자
미캉 25-06-08 16:36 1
끝없는 서류업무에 지쳐 버린 코비와 미캉은 잠시 숨을 돌릴 겸 본부 내 정원에서 쉬고 있었다.
벤치에 바짝 붙어 앉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이니 어깨에 기대거나 하기엔 아직은 부끄러운 두 사람이었다.


일단 대낮이기도 했고.


"코비, 우리 작은 게임 할래?"

"게임이요?"

"응! 세 글자로만 얘기하기!"

"그런 것도 있어요?"

"헤헤…. 나도 친구한테 들었어. 생각보다 재밌다고 하더라고."



코비는 입꼬리에 꾹 힘을 줬다.

제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귀여운 게임이 나올 줄이야.



"음, 그럼 해볼까요? 먼저 글자 수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거죠?"



미캉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는다.



"게임에는 뭔가 내기 같은 거 걸어야 재밌겠지?"



코비가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이따가 저녁에 누가 음료 살까 정하는 거면 가볍고 괜찮죠?"



미캉은 고개를 끄덕이곤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명랑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코비에게는 그저


"귀여워…."



귀여움 그 자체였나보다.

전과 다르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코비의 모습에 미캉의 얼굴이 한없이 붉어졌다.

이 정도면 꽤 많이 말해준 것 같은데 아직도 자신이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고 할 때마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앞으로도 많이 얘기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코비가 생각하고 있을 때, 미캉이 입을 열었다.



"정말로…?"



사랑스레 볼을 붉게 물들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미캉이 코비의 검은 눈에 비쳤다.

코비는 미캉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요."

"아이, 참..."



지금 분명히 게임 중인데 평소와 비슷한 느낌의 대화처럼 흘러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코비는 생각했다.

세 글자만으로도 꽤 많은 말을 할 수 있구나.



"어디가?"



아마 자신의 어디가 귀엽냐고 물어보는 질문이겠지.

그야, 코비에겐.



"전부요."



그것만이 진실이었다.


그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이마에 반다나를 둘렀지만 코비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것이 미캉의 눈에 보였다.



"잠깐만."



미캉은 작은 손으로 코비의 머리카락에 붙은 먼지를 떼어내며 조심히 정리하곤.



"다 됐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듯 웃고 있는 미캉이 코비의 눈앞에 보였다.

정말로 자신의 연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건 아무리 봐도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생각을 코비는 지울 수 없었다.



"예뻐요."



분홍빛 머리카락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난 미캉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러니까.

지금 제 연인이 자신보고 귀엽고 예쁘다고 한 것을 분명 똑똑히 들었는데, 현실 같지 않았다.



"꿈…. 이야?"



미캉의 두서없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코비가 그녀의 말을 알아듣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요."



미캉은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뻐끔거리곤 퉁명스레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렇게 내 취향에 맞는 잘생긴 얼굴로 지금…."



아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지만 이미 미캉의 입으로 말했고, 코비의 귀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그 말이 거짓은 아니기에 무른다는 말은 못 하고 그냥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나 이렇게 설레게 하면 반칙이야…."



여태껏 그답지 않게 평정심을 유지하던 코비의 얼굴에도 지금 미캉과 같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거짓말을 한 건 절대 아니다.

하늘에 맹세코 진실만을 얘기했다.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라.



아까 몇몇 사람이 있던 정원에 어느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들 자리를 피해 줬구나...

쉬러 온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코비였다.






-에필로그 -


"...나 앞으로 로맨스 소설 안 볼래. 역시 현실을 모든 걸 뛰어넘어, 그렇지?"

"이하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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