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사랑
미캉 25-08-31 19:21 34
미캉에게 오늘 밤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하지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연인이 항해에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흐음-”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캉은 오랜만에 집에 일찍 돌아와서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쥐고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고 있었다.
오늘의 책은 마음을 위로하는 문장이 가득한 에세이였다.
 
“예전 같으면 손대지 않았을 것들인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연인에게 더 예쁘고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기에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사랑이라는 건 신기하다. 과학 잡지나 논문 같은 것들만 그너의 서재에 있던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이 미캉의 책장이 꽂혀 있는 걸 보면 그랬다.

사랑은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던가.

미캉은 요즘 그 말의 뜻을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다.
코비의 존재가 미캉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만큼 자신도 코비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그렇게 잠시 코비를 생각하는 미캉의 귀에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띵동.

“이 시간에 누구지…?”

덜컹.

현관문을 여니 그곳엔 작은 꽃다발을 든 코비가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코비? 내일 오는 거 아니었어?”

코비는 현관문을 닫으며 미캉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캉에게 안개꽃으로 둘러싸인 해바라기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놀란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이윽고 싱그럽게 미소지으며 꽃다발을 꼭 끌어안는 미캉의 모습이 코비의 눈에 들어왔다.
태양을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잠시 미캉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코비는 미캉을 가뿐히 가로로 안고선 거실의 소파로 향했다.

“코, 코비. 그, 그냥 걸어가도 되는데…!”

놀란 미캉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한 코비는 연인을 안은 상태로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동그래진 눈을 깜빡거리며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미캉의 목덜미에 코비가 얼굴을 묻곡 더 강하게 미캉을 끌어 안았다.
해바라기 꽃다발을 감싸고 있는 색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미캉은 코비가 선물해준 꽃다발을 옆자리에 조심히 내려놓고 코비를 끌어 안았다.
뒤통수를 조심조심 쓰다듬는 손길은 익숙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많이 힘들었어?”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코비는 입꼬리를 작게 올리곤 미캉의 목덜미에 자신의 입술을 살풋 대었다.
혹시라도 미캉의 여린 살에 울혈이 생기기 않게 하고자 하는 코비의 배려였다.

“미캉 씨한테서는 좋은 향이 나서…”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내뱉은 말이었는데 미캉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쿵쾅쿵쾅.


미캉의 목에서도 느껴지는 두근거림에 코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미캉의 몰덜미에 얼굴을 부볐다.

“그래서 더 실감나요. 제가 돌아오고 싶은 곳에 있다는 것이.”

이럴 때가 있었다.
지나가는 듯 말하는 코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설레는 때가.
연인이 되고 난 초반에는 가끔이었으나, 요즘에는 그 때보단 꽤나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코비, 많이 변했어…”

자신의 연인을 더 끌어 안으며 미캉이 퉁명스레 얘기하자 코비는 고개를 들고 미캉의 눈을 마주했다.
미캉의 녹안이 자신만은 가득 담고 있다는 사실이 내심 사랑스러웠지만 지금은 그것보단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먼저였다.

“싫으신가요?”

당연히 그럴 리 없었다.
미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코비의 코끝과 자신의 코끝을 맞대었다.

“좋아서.”

수줍은 미캉의 말에 크게 널 뛰는 자신의 심장이 느껴졌다.

그리고 실감했다.

정말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이제 코비 해군본부로 복귀하는 것으로는 마음이 온전히 편하진 않았다.
물론, 적진에 있을 떄보단 당연히 안심할 수 있지만 이젠 코비가 제 마음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은 바로 미캉의 곁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코비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미캉 씨…”

이런 자신의 마음을 당신은 알까.
조금 더 강해져서 미캉을 온전히 지키고 싶었던 그였기에 아직은 제 깊은 마음을 잠시 덮어두었다.
지금은 그저 미캉을 제 눈에 가득 담는 것으로 제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오늘 밤도 변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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