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미캉 25-07-18 22:42 20
“미캉 씨는 오늘 본부에 돌아오시지? 날씨가 좋아야할텐데.”


아직 비가 내리는 지금은 군함이 항해하기에는 다소 힘들지만 그래도 노련한 미캉이라면 무리없을 그런 그랜드 라인. 추적추적 빗소리가 창밖을 떄리는 지금 코비가 잠시 예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코비는 아직도 생각난다.


지금처럼 미캉에게 닿는 게 어려웠던 예전이.
자신의 옆에 있는 제 연인의 작은 손을 꼬옥 잡고 싶다고.
하지만 손을 뻗을 용기가 나지 않아 손끝만 안절부절하지 못 하던 그 떄의 일이다.


* * *


스윽


부드러운 피부가 자신의 까끌한 손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고개를 돌려 미캉을 바라보니, 옅게 붉어진 두 볼과 언제나처럼 자신을 바랄 때에 볼 수 있는 미소로 자신의 어리둥절한 시선을 맞이하고 있었다.


“손, 잡고 싶으면 언제든 잡아도 되는데.”
“그, 그게… 다른 이성에게 이런 마음을 가졌던 적이 어,없어서…”
“흐응-“


미캉은 장난스레 웃으며 맞잡았던 손을 자신에게 끌어 당기곤 코비에게 팔짱을 끼었다.


“그럼 이런 적도 없는 거야?”
“으,으아… 미, 미캉 씨…!”


코비는 더없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겉에 긴팔 져지를 걸쳤다고는하지만, 미캉만이 가질 수 있는 풍만한 부드러움이 제 단단한 팔뚝으로도 느껴졌다.
안절부절못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온 몸이 관절이 없는 목각인형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푸흐.”


그런 코비의 모습이 미캉의 눈에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이제 슬슬 익숙해질 떄도 되지 않았어?”
“그, 그렇지만…그렇지만요. 저,저는…”


코비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더니 겨우 입을 떼었다.


“…아, 아시겠지만. 미캉 씨. 이렇게 누군가를 원했던 것도, 그런 사람과 이어진 것도 처음이라서…그래서…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미캉 씨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겨우겨우 말하던 코비의 얼굴이 새빨게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때 였다.


코비를 잡고 있던 미캉의 손이 잠시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지금의 코비만큼 얼굴이 붉어진 미캉이 있었다. 그 모습은 코비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하기 충분했다.


“나도. 나도 처음인데…”
“네?”
“코비가…나도 코비가 처음이라구. 누군가하고 이렇게 깊은 마음을 가진 것도. 그 외의 것도 말야.”


코비는 미캉의 말에 조금 놀랐다. 미캉은 자신보다 연상이니 이런 경험이 많았을 것이라, 그래서 이렇게 닿는 것이 익숙한 일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던 코비였다. 분명 자신 말고도 이 사랑스러운 연인을 제 사람으로 하고 싶었던 자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그런데 그녀의 처음이 자신이었다니. 무슨 말을 해야할까. 미캉을 바라보던 코비의 입이 할 말을 찾았다.


“제가, 빨리 쫓아갈게요…”
“…응.”



* * *

부르부르

코비의 과거회상을 끝마칠 소리가 들렸다. 전보벌레에서 헤르메포의 표정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응, 정말인가요? 미캉 씨가 곧 오신다고요? 고마워요, 헤르메포!”

코비는 빠르게 해군정복인 코트를 걸쳐입고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자신의 연인에게 
씌워줄 우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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