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미캉 25-09-20 22:44 49
비브르카드.
그것은 머리카락 같은 신체 일부를 포함하여 만든 종이이다.
그것은 움직이는 등의 방식으로 주인의 위치나 생명력을 알려주는 신세계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물론, 코비와 미캉은 자신의 비브르카드를 진작에 교환한 사이였기에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코비 손안에 있는 미캉의 비브르카드는 온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랜드라인에서 몇 없는 평온한 항해를 하는 코비의 기분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 예감.
이리도 마음이 술렁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미캉이 코비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어째서…?”

원래는 언제나 비슷한 시간에 비브르카드를 확인했던 코비였지만, 당장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 그 자체였다.

바스락

분명 어제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온전한 모습이었는데, 본래 크기의 1/10밖에 남지 않았다. 곧 다 타버릴 것 같은 작고 위태로운 모습.

“이럴 수가, 아닐 거야. 그럴 수 없어. 미캉 씨는 강한 사람인데. 어째서…!”

비브르카드가 이렇게나 줄어있다면 미캉이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코비는 당장 전보 벌레가 있는 통신실로 뛰어갔다.
그런데 통신실로 바삐 달리는 다리가 평소보다 몇백 배는 무거운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발이 안 떨어지는 거야? 빨리 미캉 씨가 무사한지 알아야 하는데!’

코비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비 손안에 있는 작은 비브르카드는 무거운 발걸음과는 다르게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안 돼-!”



코비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놀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미캉의 침실. 코비의 옆에서는 미캉이 숨을 고르게 쉬며 새근새근 잠을 청하고 있었다.

“꿈…. 인가.”

두 손을 쥐었다 펴니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소 몽롱한 자극이라 이곳이 정말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

코비는 고개를 푹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차라리 예전에 꾸던, 알비다 해적선에 있던 그때의 꿈을 꾸는 것이 훨씬 나았다.
지금은 극복한 과거이자 현재의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그 꿈은 정말로 두 번 다시 꿈에서라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면, 아마 자신은 텅 빈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코끝이 찡해지는 자신이 그 증거였다.

“음…. 코비?”
“미캉 씨, 깼어요?”

우연히 잠에선 미캉은 코비가 훌쩍이는 듯한 소리에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우리 코비.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코비에게 몸을 가까이한 미캉이 다정한 손길로 코비의 볼을 어루만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따듯함이 심장에 와닿아, 정말 이곳이 현실임을 코비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코비는 비로소 안심하며 어리광 부리듯 미캉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어요.”

미캉은 코비의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방금까지 이불 속에 있던 미캉의 체온이 코비의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구나…. 이젠 괜찮아. 여기가 현실이니까.”

미캉을 제 품으로 더 가까이 안을 수 있는 지금이 코비에겐 꿈 같은 현실이기에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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