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하나, 베개 두 개
미캉 25-09-14 15:39 47
* * *

"여~ 소장님."
"헤르메포, 안녕! 코비는?"

해군본부에 막 들어온 코비을 맞이하기 위해 몰래 입항 시간에 맞춰왔는데, 배 위에서 미캉에게 인사를 건네는 건 코비가 아니라 헤르메포였다.

"타이밍이 안 맞았네. 대령님은 씻는 중. 금방 나오겠지만... 뭐, 방으로 데려줄까?"
"응. 고마워!"

미캉은 굳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단숨에 점프하여 갑판 위로 사뿐히 발을 올렸다.
헤르메포는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소 정중하게 신사 같은 포즈를 취하며 미캉을 맞이했다.

"그럼 가실까요?"
"네. 소령님."

* * *

함대 내에 있는 코비의 집무실이자 개인 방.
서류 업무를 볼 수 있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있었고 뒤편으로서는 그의 검소한 성격이 드러나는 1인용 침대와 작은 행거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이 함대의 선장은 코비니까 조금 더 좋은 걸 써도 될 텐데.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자신만 편한 걸 쓸 수는 없다고 말할 코비가 생각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 한 미소가 미캉의 입가에 피어올랐다.

"?"

다른 건 예전에 봤을 때와 똑같은데,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침대 위에 놓여있는 베개의 개수였다. 예전에는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두 개이다.
베개 하나가 가로는 짧고 세로는 다소 긴 것을 보아하니 코비가 안고 자는 것인 듯하다.
이 베개를 안고 잠에 들 코비는 더없이 사랑스럽겠지.

"..."

잠시 주위의 기척을 살핀 미캉은 신발을 벗고선 코비가 자는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 세로로 긴 베개를 제 품 안으로 꽉 끌어안았다.
 역시나 편안하게 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미캉이 예상했던 용도가 맞았다.
코비를 머리속에 그리며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자니 평소에 코비의 품에서 맡았던 익숙한 체향을 느낄 수 있어 노곤해지려는 바로 그때.

"미캉 씨?"

헤르메포로부터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온 코비가 들어왔다.
미캉은 너무나도 놀라 퍼뜩 몸을 일으켰다
. 심장이 놀람으로 벌렁벌렁거리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헤르메포의 안내를 받고 들어왔다고는하나,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만지고 있던 건 사실이니.

화내려나.
미캉은 계속 안고 있던 베개를 자신도 모르게 더 세게 끌어안았다.

"와, 왔어?"
"미캉 씨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막 왔는데..."

자신이 휴식을 취하는 침대 위에서 사슴같은 울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미캉이 너무나도 제 맘에 쏙 드는 귀여움이라.
웃음이 밖으로 터져버렸다.

"이렇게 계실 줄은 몰랐는데요."

그리고선 코비는 미캉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무게에 침대가 약하게 출렁였다.
그 미세한 진동에 미캉은 그제야 자신이 안고 있던 베개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생각 해냈다.

"멋대로 만져서 미, 미안... 그게 그러니까..."
"뭐가 미안해요. 미캉 씨인데."

코비는 미캉의 품에 자리 잡고 있는 자신의 베개를 빼곤 그녀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
씻고 바로 오느라 져지의 지퍼가 올리지 않아 맨살이 닿았으나, 마음도 몸도 누구보다 가까운 두 사람은 그것을 두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코비...언제부터 베개 안고 잤어? 전에는 없던 것 같아서."

미캉의 물음에 규칙적으로 뛰고 있던 코비의 심장 소리가 점점 커졌다.
코비의 두 볼이 귀 끝까지 붉어지며 미캉을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더 세게 제 품으로 당기곤 미캉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게... 여기에서는 미캉 씨를 안고 잘 수가 없으니까요. 그 대신이랄까..."

코비의 고백 같은 말에 미캉의 얼굴에 열이 가득 올라왔다.
그리고 녹안에 호선을 그리며 제 연인을 눈에 담았다. 코비의 일상에 자신이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와닿는 기분은 미캉이 코비에게 다시 반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단둘이 있는 밀실의 공간.
언제나 꿈에 그리던 연인의 존재.
맞닿길 원하는 심장 소리.
다소 위험한 분위기가 될 뻔하였으나

".... 늬들 뭐하냐?"
"헤,헤르메포 씨! 노크!"
"난 분명히 했다? 근데 답이 없던 건 두 사람이고!"

헤르메포의 등장으로 깔끔히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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