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캉 씨가 매어준다면
미캉 26-09-13 16:32 13
시원한 바람과 적당히 마른 공기. 풀벌레가 우는 가을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르게 오늘은 코비의 휴일이다. 모처럼이지만 오늘은 일정 하나가 하루를 가득 메우고 있다. 평소라면 자기 연인과 단둘이 하루를 보내는 데 썼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역시 넥타이는 이게 좋겠지?"

코비는 언젠가 미캉이 선물해 줬던 청록색 넥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2년 전. 아직 코비가 아직 미캉을 짝사랑하고 있던 그때. 미캉이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골라준 보답으로 자신에게 선물해 준 넥타이였다.

'코비라면 언젠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구! 그러니까 조만간 필요할 거야.'

자신은 말을 뱉는 것만으로도, 아니 생각만으로도 아득한. 해군본부의 대장이 되겠다는 꿈을 태연히 믿어주는 미캉의 말에. 짝사랑으로 힘들어하던 심장이 쿵쾅거렸던 2년전의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이었다. 

자신의 함대에서 일하는 부하의 결혼식에 메고 가기에 딱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한 코비는 곧 난관에 봉착했다.

"...넥타이 어떻게 매는 거더라."

그랬다. 코비는 넥타이를 자신이 직접 맨 적이 없었다. 평소에는 헤르메포에게 부탁했을 텐데. 오늘 헤르메포는 아쉽게도 휴일이 아니다. 코비는 잠시 고민하곤 넥타이를 곱게 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 * *


원피스를 단정히 차려입은 미캉은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코비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오늘의 결혼식 주인공들이 보내준 청첩장이 손에 들려 있었다. 교제하기 전부터 코비와 자신의 사랑을 남몰래 응원해 준 사람인지라, 청첩장을 받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꼭 코비 대령과 같이 오라는 당부에 같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평소에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와있었는데…."

무슨 일 있나? 걱정되던 찰나, 코비가 저 멀리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미캉은 반가움에 손을 들어 작게 흔들었다.

"미캉 씨. 많이 기다리셨나요?"
"으응. 전혀. 나도 방금 왔는걸. 근데…."

코비의 목 언저리가 허전한 것이 미캉의 눈에 단박에 들어왔다. 평소의 코비라면 이런 곳에 올 때 넥타이를 매고 왔을 텐데. 의문이 미캉의 혀끝에서 나가려고 할 때. 코비가 주머니에서 넥타이를 슬그머니 꺼냈다.

"어머. 전에 내가 준 거네?"
"그야. 미캉 씨가 주신 거니까요. 당연…. 하죠."

코비는 부끄러움에 두 볼을 붉게 물들이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근데, 제가 이걸 할 줄 몰라서…. 그런데. 미캉 씨. 혹시…."

미캉의 바라보는 눈동자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미캉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코비가 하려는 말을 간파하곤 그의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코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미캉의 표정에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거. 해주면 되는 거지?"
"아. 그…. 네!"

미캉은 코비에게 넥타이를 가져와 그의 목에 두르고 천천히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넥타이의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넥타이에 집중하는 미캉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코비의 눈에 들어왔다. 상냥하게 웃고 있는 눈과 함께 평소와는 다른 붉은 볼. 입술도 유난히 생기있어 보이는 것이 아마 옅게 화장을 한 것 같았다.

"...예쁘시네요. 미캉 씨…."
"푸흐. 그래? 다행이다."

하마터면 "제가 없을 때는 그런 거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나올 뻔했기에, 코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앞이 어두우니 연하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향수도 뿌리셨구나. 다음에는 향수 같은 거 선물 드릴까.'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미캉이 그에게서 한 발짝 멀어졌다. 잠시 미캉이 넥타이의 위치를 조정하곤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끝!"
"아."

벌써 끝난 건가. 다소 아쉬운 마음이 코비의 목소리에서 묻어나 미캉은 입을 가리고 쿡쿡 웃어버렸다.

"그럼 들어갈까?"

미캉은 익숙하게 코비의 팔에 팔짱을 끼며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미캉의 물음에 코비는 끄덕이는 고갯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 그래도 그들을 초대한 주인공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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