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은 마왕님을 사랑해 5화
미캉 26-07-10 19:35 38
지금 포드 국은 비상사태였다. 납치된 루미나스 왕녀와 그녀를 구하러 보냈던 기사 코비가 마왕이 만든 구체에 갇힌 상태로 당당히 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성 내의 모든 왕궁 마법사와오러를 쓸 수 있는 기사들. 그리고 전방에는 포드 국 3기사들이 마왕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카이누, 아오키지, 키자루라고 불리는 자들로써 현재 가장 강한 세 명의 기사였다.

“당장 왕녀 님을 놔줘라, 마왕.”
“이 이상 성에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두 사람 다 놓고 그냥 갔으면 하는데~”

미캉은 세 사람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 잠깐 사이에 도성을 가득 채울 것 같은 엄청난 마기와 카리스마에 웬만한 중하급 기사와 실력이 부족한 마법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옆에서 기사와 마법사 들이 툭툭 쓰러지는 것을 본 3기사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꽉 쥐었다. 이거 까딱하면 두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목숨도 간당간당할 것 같다고, 세 명이 오랜만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만하게.”

그때 포드 국왕 센고쿠가 뒤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왕과 직접 대화하려는 국왕을 아카이누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죽게 둘 수는 없다는 센고쿠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마왕 앞에 선 국왕은 제 딸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이 보낸 기사도 흘금 보곤 다소 안정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왕, 네가 원하는 게 뭔가?”
“너희 성 지하에 있는 창조주의 보물을 보고 싶다.”
“그걸 왜 알고 있는 거지? 우리 왕족에게만 전해지는 전설인데.”
“글쎄.”

힘으로 자신의 딸을 되찾고 싶었던 센고쿠가 보기에도 마왕은 끝없이 강해 보였다. 말이 통하는 상대라는 그것이 그나마 다행일지도. 센고쿠가 자기 딸을 바라보았다.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걸 보여주면 둘 다 무사히 돌려주는 건가.”
“그러지.”





‘그때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릴 때의 기억이라서 제대로 생각 안 나는 걸까.’

루미나스는 국왕과 기사, 마왕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지하 입구로 들어가는 문에 다다르자, 국왕 센고쿠는 품에서 웬 열쇠를 꺼냈다. 그러자 허공에 열쇠 구멍이 빛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 구멍에 열쇠를 꽂아 돌리니, 허공에 다른 차원의 문이 생겨났다.

‘아, 저렇게 들어가는 거였구나. 그래서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던 거네.’

 네 사람이 그 문을 통과하니 전에 봤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길이 보였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방. 그리고 그들이 걸어 나갈 때마다 벽에서 반딧불이 같은 느낌의 작은 빛이 총총히 빛났다. 센고쿠와 미캉은 익숙한 길을 지나간다는 듯 평소처럼 걸어가고 있었지만, 코비와 루미나스는 처음 보는 광경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눈앞에 갈림길이 보였다. 센고쿠가 다른 방향으로 알려주려는 순간, 미캉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갔다. 센고쿠는 마왕이 어떻게 그 길을 알고 있는지 물으려던 차. 미캉이 눈을 가늘게 뜨며 옅은 빛을 드리웠다.

“쓸데없는 수작하지 말라.”
“!”

센고쿠는 사실 다른 방향으로 마왕을 유인해서 이 공간에 가둬놓고 봉인할 생각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방법과 나오는 방법은 전부 센고쿠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 여닫는 것뿐이었기에.

“?”

그 사실을 모르는 코비와 루미나스는 그저 두 사람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마나 한참을 걸었을까? 저 멀리 스태프 형태로 보이는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코비와 루미나스는 국왕과 마왕이 같이 있는 공간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곁눈질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게 미캉이 보자고 했다던 보물임이 틀림없었다. 신성력과 마력이 한데 어우러져 신성한 빛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강한 신성력임에도 마왕인 미캉은 전혀 괴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족에게 맹독 같은 약점이 신성력인데도. 그 자리에 있던 코비, 루미나스 그리고 국왕 센고쿠도 놓치지 않았다.

“...”

미캉이 멍하니 바라보는 눈에는 그리움이 묻어났지만, 보는 눈이 세 쌍이나 있어 금세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있던 루미나스와 코비를 바라보았다.

“저건 창조주의 물건 「세르빈」이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비켜 두 사람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둘 다 여기 앞으로.”

영문도 모른 채 두 사람은 미캉의 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그들의 발밑에 마법진 같은 것이 나타나며 빛의 벽을 만들었다.

“지금부터 「세르빈」이 너희를 가늠할 것이다.”

스태프 형태로 빛나고 있던 물건이 점토처럼 형태가 없어지더니 두 사람을 돔 형태로 휘감았다. 그리고 그 빛이 선택한 사람은.

“...!”

포드 국의 기사 코비였다.

“엇.”

코비 앞에 잠시 머물렀던 빛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국왕과 루미나스는 당황했지만, 마왕이라면 뭔가 알 것이라 여기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정으로 네가 「세르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 말만 남기고 아무런 동요도 없이 고요히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걸어갔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 건지. 국왕인 센코쿠는 말없이 마왕이 이런 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어 그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루미나스와 코비는 국왕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이게 뭔지 어떻게 된 건지 당장 미캉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차마 국왕 앞이라서 평소처럼 묻지 못하고, 길을 잃을까 재빨리 뛰어갔다.







그들이 차원의 입구에 들어간 후 다른 기사들과 왕궁마법사들은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어째서인지 어떠한 공격을 퍼부어도 부서지지 않는 투명한 벽으로 막혀있었다. 본국의 국왕과 왕녀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릴 때쯤, 네 사람이 걸어 나왔다.

“폐하! 왕녀 님!”

그곳은 그들이 전부 나오자마자, 진입을 막았던 투명한 벽은 다시 소멸했다. 아마 센고쿠가 다시 열쇠를 꺼내지 않는 한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마왕인 미캉이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려는 그때, 코비가 그녀의 망토를 잡았다. 여태껏 자신의 순간이동을 방해할 수 있던 자는 ‘그’뿐이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그’가 머릿속에 떠오른 미캉은 갑작스레 에메랄드빛 녹안에 물이 차오를 뻔한 것을 겨우 멈추었다.

“...뭐지.”

코비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인식하지 못한 듯, 두리번거리다가 미캉을 잡은 손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당신을 만나러 가도 되나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인간의 기사가 할 수 없었다. 그때, 코비와 루미나스의 눈앞에 작은 보석이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너희가 한 번이라도 갔던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물건이다. 필요하면 쓰도록.”
“...”

코비는 미캉의 망토를 잡았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마왕은 원래 없던 존재처럼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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