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거품처럼 中
미캉 26-01-17 09:22 16
* 드림주 미캉이 인어인 AU


항해 중에 생긴 오랜만의 평화. 코비는 이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도 자그맣게 오는 평화를 좋아했다. 이 작은 평화가 계속 유지되려면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루피 씨나 가프 중장처럼 강해져야겠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코비는 이제 근무 중에 생긴 휴식 시간에도 단련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어느새 벗어던진 해군 코트와 져지는 저 멀리에. 강도 있는 훈련에 코비의 거친 숨을 따라 그의 탄탄한 근육이 숨을 쉬고 있다.

"휴."

코비는 잠시 스트레칭을 하더니 바다로 다이빙하였다. 흐르는 땀을 잠시 식힐 요량이었다. 어뢰 정도는 간단히 따라잡는 그의 속도는 감히 어인과 비견될 수 있었다.

"!"

코비의 견문색이 빠르게 다가오는 한 생명체를 느꼈다. 분명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을 능가할 속도로 접근하기에.

'적!'

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코비가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그때였다. 코비의 눈에 익숙한 살랑이는 꼬리가 보이고 주황빛의 긴 생머리와 그의 눈에 아른거리는 에메랄드 눈동자가 반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코비!"

미캉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놀란 나머지 코비는 숨을 보글보글 뱉어버리고 말았다.

"어? 어?"


* * *


코비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이미 상체는 수면 위에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코비의 품에 미캉이 안겨 있는 것. 정확히 말하면 미캉이 코비를 안아 받치고 있었지만, 코비에게 그건 당장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

18년 평생, 여성과 닿았전 적이 없었던 탓일까. 코비는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히며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게다가 젖은 몸 위로 한껏 눌려있는 미캉의 푹신한 무언가가 느껴져 더욱 그랬다.

"미, 미캉 씨?"
"코비 씨, 정말 괜찮은 거예요?"
"에?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히 보니 굉장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캉의 얼굴. 그제야 코비는 조금 전과 풍경이 다른 것이 들어왔다.

"제가 놀래키마자…. 코비 씨 입에서 숨이 엄청나게 보글보글했는데!"

아, 생각해 보니 엄청나게 놀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제가 급하게 숨을 불어 넣으면서 바다 위로 올라왔단 말이에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엇, 그…. 그게…."

잔뜩 걱정하고 있는 미캉의 얼굴에 코비는 괜스레 미안해졌다.

"죄송해요."
"우…. 그건 제가 할 말인걸요. 그렇게 놀라게 하는 게 아닌데…."

울먹이는 미캉의 얼굴에 코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생각을 술술 읊었다.

"굉장히 빨리 헤엄쳐 오는 무언가가 다가와서…. 그…. 적인 줄 알았어요. 미안해요. 근데 미캉 씨가 그렇게 빠르게 헤엄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책에서만 봤었는데, 인어는 정말 대단하네요!"

자신을 보고 놀랐다는 코비의 말에 삐죽거렸던 입술도 잠시,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 미캉은 방긋 웃었다. 코비는 미캉의 에메랄드보다 더 환하고 반짝이는 미소에 잠시 넋을 잃었다. 미캉이 코비에게 숨을 불어넣기 위해 입술을 포개었을 거라는 사실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 * *


코비를 따라 올라온 함선 갑판 위. 처음에는 신기한 듯 미캉의 꼬리를 빤히 바라보던 병사들도 처음보단 익숙해진 듯 미캉의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 어인 섬에서 있었던 일과 밀짚모자 해적단이 떠올랐다.

'정말로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문득 미캉은 지상에서의 그들이 궁금해 코비에게 다가갔다.

"해적은…. 다 나쁜 사람들이에요?"
"네? 네…. 뭐…."

코비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루피 같은 해적도 있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해군 대령이 할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그럼…. 그…. 루피라는 해적도 그런가요?"
"루피 씨. 아니 밀짚모자 루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미캉은 코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눈에 띄게 코비의 얼굴에서 반가움이 묻어나왔다. 미캉이 타고 있던 산호 방울이 코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코비 씨도 루피를 알고 있어요?"

귓속말로 작게 속삭이는 미캉의 숨결이 가까이 느껴져 코비는 잠시 몸이 바짝 굳었다. 이 인어는 정말이지 왜 이렇게 스스럼없는 걸까.

”그, 그 얘기는 여기서 할 수 없어요.“

코비는 미캉을 제 집무실로 데려와선 의자에 앉혔다. 미캉은 코비를 올려다보며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것인지 차분히 기다렸다. 코비는 미캉의 빛나는 눈을 보곤 고개를 돌리곤 안절부절못했다.

“제가 해적선에 있었을 때 저를 구해준 사람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 사람이 루피 씨입니다.“
”에. 진짜?“
”네… 그렇습니다. 비록 루피 씨와 저는 해적과 해군이지만 친구입니다.“
”그렇구나…“

미캉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코비가 이 이야기를 아무도 없는 본인 방에서 얘기하는지 단숨에 이해되었다.

”사실, 나 얼마 전에 밀짚모자 루피를 봤었어요. 어인섬에서!“
”에? 정말입니까?!”
“네!”

제 귀에 들려온 친구의 소식에 코비는 눈을 빛내며 미캉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런 코비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더없이 귀여워 보여 잠시 가슴께가 두근거렸다. 하지만 미캉은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바로 코비가 가장 궁금해할 자신이 보았던 루피의 모습을 말해주었다.

”정말 그때는 우리 어인 섬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와… 역시 루피 씨군요.“
”헤에~ ‘역시’구나.“

코비는 뭐든지 꿰뚫는 듯한 미캉의 녹안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덕분에 귀 끝까지 붉어진 코비의 옆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어인 섬에서는 요즘 영웅 놀이에 밀짚모자가 빠지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징베 씨가 구해다 주고 계시고….”
“우와…”

코비의 웃는 얼굴에는 ‘역시 루피 씨는 대단해!’라는 생각이 꾸밈없이 묻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미캉은 싱긋 미소 지으며 꼬리를 작게 흐늘거리며 작게 속삭였다.

”나는 루피보다 코비 씨가 더 대단한 것 같은데…“
“예?”
”어머.“

그녀 자신도 놀랐는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무래도 속으로만 생각했던 모양이다.

“…. 들었어요? 코비 씨.”
“아, 아마도요.”

미캉은 쑥스러워 검지끼리 꾹꾹 누르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물론, 우리 어인섬을 구해준 루피도 대단하지만. 그때, 위험했던 내 앞에 영웅처럼 나타난 건 코비 씨인걸요!“
”그, 그건 해군으로써 당연한 일입니다!“

코비는 손을 붕붕 내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직업 때문이라고 해도, 당연한 건 없어요. 그 행동은 코비 씨의 마음가짐에 달라지는걸요.“
”미캉 씨….“
”헤헤… 고마워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온 노을빛이 코비의 얼굴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그제야 미캉은 코비의 집무실에 꽤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해가 지려나 봐요. 이제 가봐야겠어요, 코비 씨.“

”아, 미캉 씨!“

코비는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미캉의 앞으로 다가갔다.

”호, 혹시 오늘 주무실 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제 함대에 있다가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럼요. 제 방을 미캉 씨가 쓰세요! 저는 헤르메포 방에서 자면 되니까요.“
”그,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헤헤. 부디 써주세요. 미캉 씨가 안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네?“

미캉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신세 질게요. 코비 씨.“


* * *


하늘에 은하수가 새겨진 검은 장막 위로 초승달이 떠올랐다. 코비는 미캉이 편히 잠을 청할 수 있게 이미 헤르메포의 방에 간 상태였다. 미캉은 코비의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자신의 턱 끝까지 끌어올렸다. 미소가 절로 걸리는 포근한 비누 냄새가 느껴졌다.

”...좋은 냄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달아오른 얼굴을 잠시 이불 속으로 숨겼다. 아무도 볼 사람이 없는 것을 미캉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스레 부끄러웠다.

”코비 씨. 왠지 인기 많을 것 같아. 이 배에 있는 사람들도 코비 씨를 좋아하는 게 느껴져.“

자신을 바라보며 상냥하게 웃는 코비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라 두 볼이 붉어졌다.

”아….“

이 느낌이 바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일까? 이런 감정은 난생처음인 미캉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평생 누군가를 좋아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감정인 것을.

”난 이제, 어떡하면 좋아?“

미캉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휙 올렸다. 그러자 아까 맡았던 포근한 향이 미캉의 온몸을 덮었다.

“!”

침대에 누운 인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일부러 눈을 질끈 감았다.


* * *


코비는 헤르메포의 집무실에 있는 1인용 소파에 몸을 적당히 구겨 눕곤 자기 해군 코트를 얇은 이불처럼 몸 위로 덮었다. 헤르메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옆으로 누워 자신의 상사이자 절친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대령님.“

자꾸 존댓말을 쓰지 말라고 해도 가끔 저렇게 장난식으로 호칭하는 절친한 친구이자 직속 부하를 코비는 옆으로 보는 둥 마는 둥 흘금 보았다.

“왜, 헤르메포 씨.“
”너 엄청 신경 쓰는 것 같다? 그 인어 아가씨 말이야.“
”…아니에요.“
”진짜?“

정곡을 찌르는 헤르메포의 말을 코비는 애써 못 들은 척했다. 그야 당연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까웠으니까. 평소에 해적으로부터 구출했던 다른 시민들보다 그 인어를 다소 신경 쓰이고 다는 것을 자신도 깨닫고 있었으니까. 아니. ‘굉장히‘ 신경 쓰고 있었다.

”아니라기엔 지금 얼굴이 붉다?“
”에? 그, 그럴 리가요!“

친구의 말에 놀라 코비는 방에 걸려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장난인 줄 알았지만, 정말로 평소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이렇게도 감정을 못 숨기는 사람이었던가. 코비는 왠지 쑥스러워져 괜히 헤르메포를 째려보았다. 그의 행동에 헤르메포는 어깨를 으쓱이며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인어하고 인간의 혼혈인 사람들도 있으니까. 불가능하지는 않겠네!“
”…외설적이에요. 헤르메포는.“
”뭐래, 벌써 너 혼자 자식 이름까지 지은 거냐?“

헤르메포가 코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치자, 코비의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달아올랐다. 절대 그런 상상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아서라- 인어도 일단은 한 종족이긴 하지만. 너도 알잖아. 그들이 지상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거.”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어인도 인어도 천룡인에게는 그저 유흥거리의 노예. 휴먼 숍에서 높은 값에 거래되는 것을. 그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차별과 핍박을. 생명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

코비라고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해군본부에 들어오고 나서 더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해적을 구출하다 보면 종종 노예로 팔려 갈 뻔한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미캉을 처음 만난 것도 해적선에 잡혀 있던 것을 우연히 구했던 것이었으니. 코비는 표정을 굳히곤 눈을 감았다. 헤르메포는 ”에라 나도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곤 베개에 머리를 대었다.

“하하….”

금세 코를 고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피곤했는가 보다. 코비는 친구의 코 고는 소리에 피식 웃고는 일단 잠을 청했다. 내일도 할 일이 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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