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거품처럼 上
미캉 26-01-17 09:21 28
* 드림주 미캉이 인어인 AU



“해, 해군 군함이다!”
“안 돼! 이런 월척을 놓칠 수 없다고”
“그러니까 빨리 도망쳐야…. 어?”

분명 아무것도 없던 맑은 하늘이었는데, 하얀 해군 망토를 펄럭이며 누군가가 해적선 갑판에 착지했다.
“헉, 그…. 그 녀석이다! 영웅 코비!”

결연한 눈빛으로 코비는 갑판의 해적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해적들을 전부 체포하겠다는 의지였다. 파도에 배가 출렁이던 그때, 큰 상자에 덮여있던 두꺼운 천이 흘러 내렸다. 그 안에는 성인 인어가 아이를 보호하듯 제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해적들에게 납치된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인어는 자신보다 더 약한 아이를 달래기 위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해적들을 체포하겠다는 코비의 의지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매캐한 화약 냄새와 안개처럼 낀 먼지들에서는 나무와 흙냄새가 자욱했다.

 철컥

 해적단의 선장을 마지막으로 수갑을 전부 채운 해적들은 코비의 군함으로 체포되었다.

“괜찮으십니까?”

 해적 소탕 직후 구출된 두 사람에게 코비가 다가갔다. 아이는 바닥에 앉아 있는 인어의 꼬리에서 머리를 뉘고 몸을 웅크려 잠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며 찬찬히 미소 짓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코비를 바라보고 있는 인어는 한쪽만 가린 앞머리가 묘하게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저녁노을에 빛나는 주황빛 머리가 허리까지 찰랑이고 에메랄드빛의 녹안이 별을 담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코비는 뭔가에 홀린 듯 멍하니 인어를 바라보았다.

“네,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인어는 상냥하게 싱긋 웃으며 코비의 말에 응답했다. 덕분에 코비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쌀쌀한 저녁 바람을 맞고 있는 그녀의 맨팔이 눈에 들어온 코비는 자신의 해군 코트를 인어와 아이에게 둘러주었다.

 “피곤하실 텐데. 곧 쉬실 곳으로 안내 해드리겠습니다.”
 
인어는 제 어깨에 둘린 망토로 제 몸과 곁에 있는 아이를 가렸다. 알게 모르게 병사들이 제 꼬리를 흘긋흘긋 쳐다보는 것에 그녀는 조금 불안해진 차였다. 그때, 허리에 검을 찬 금발의 청년이 코비에게 다가갔다.
 
“코비, 저들이 있을 마땅한 곳이 없는데….?”
“예? 음…. 아! 전부는 아니에요.”

 잠시 고민하던 코비는 두 사람들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코비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조금 고민한 그녀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여기입니다.”
 
앞장서서 방문을 여는 코비의 뒤로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꼭 안은 그녀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그곳은 작은 책걸상과 푹신한 침대와 이불이 있는, 함대에서 가장 방다운 방. 바로 코비의 집무실이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제 꼬리에 달았던 산호 거품을 없애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인어는 30살에 되기 전에는 다리가 없기에 육지에서는 이렇게 거품을 이용해서 다니는 그들이었다. 아이가 깊은 잠에 빠졌는지 확인한 그녀는 작게 훌쩍이며 눈에서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훔쳤다. 작은 울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코비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관상용 노예로 팔려 가는 줄 알았어요.”

 눈물의 이유에 코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무서웠죠….? 저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네요."
 
코비의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편안한 말투에 울던 여인은 뒷말이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저도 예전에, 해적선에 잡혔던 적이 있거든요. 하하."
 
코비는 너스레를 떨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낚싯배를 탔는데, 알고 보니 해적선이었다는 얘기부터 어쩌다가 목숨을 건졌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이런 것들을 술술 내뱉었다. 이 정도면 울음을 그쳤겠지라고 생각하며 흘긋 본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울상이었다.
 
"안 무서웠어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투명한 마음을 띤 녹안이 코비의 눈에 비친다. 무서워서 탈출할 용기도 없었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지금은’…. "

말을 끊을 듯 끊지 않고 잠시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코비는 눈을 깜빡였다. 언제든 기다릴 수 있으니까.

"절 구해준 사람의 이름을 알고 싶어요. 아까 해적들이 말하는 걸 듣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직접 듣고 싶어서요. 전 미캉이라고 해요."
"코비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미캉은 은인의 이름을 알게 되어 만족한 듯 싱긋 웃었다. 제 앞에 있는 이 여인은 울고 있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조개 속의 하얀 진주처럼 고와서 코비는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리 헤엄칠래요? 아, 코비 씨는 수영이라는 단어가 더 나으려나?"
"에?"
"기분이 지금처럼 좀 울적할 때는 바다에 몸을 맡기는 걸 좋아하거든요.“

* * *
 
노을에 비치는 윤슬이 쉴 새 없이 반짝인다. 훈련 목적이 아닌 놀이를 위한 수영은 코비에게 꽤 오랜만이었다. 철썩이는 파도 밑의 바다는 환한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평소와는 달리 헤르메포가 아닌 인어와의 수영. 작은 물고기와 이야기하며 쿡쿡 웃는 그녀의 모습이 계속 코비의 눈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에 멍하니 있다가 다시 숨을 쉬러 올라왔다.

”푸하.“

미캉의 아름다운 지느러미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다시 첨벙첨벙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미캉의 위치를 확인한 코비는 다시 미캉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반짝이는 꼬리가 코비의 시선을 끌었다. 밤하늘의 별을 가득 머금은 듯 물속에서 유유히 반짝이며 코비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버렸다.
코비는 밤하늘이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여 서둘러 수면 위로 올라갔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미캉은 코비를 따라 올라갔다.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

자신에게 가까이 와 에메랄드빛의 상냥함을 보이는 미캉의 눈을 보니 죄책감이 들어버렸다. 코비는 고개를 푹 떨어뜨려 버렸다.

"….나는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미캉 씨의 꼬리를 보니까 저도 모르게 혹해버렸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뜨거워 코비가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려는 그때, 미캉이 조용히 다가와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캉 씨….?"
"…. 예쁜 걸 예쁘다고 한 게 잘못된 거예요?"
"….!“
"내 꼬리. 예쁘다고 해서 고마워요."

미캉은 괜찮다는 듯 두 눈에 호선을 그리며 활짝 웃었다. 그 순간부터 코비의 심장은 인어인 그녀에게 완전히 묶여버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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