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홍
미캉 25-06-16 22:22 28
여태껏 코비는 미캉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해군. 목숨을 걸며 사람들을 지키는 직업과 꽃은 어울리지 않다고 은연중에 생각해 왔던 탓일까. 그래서 코비의 눈에 꽃이 더 눈에 들어왔고 더더욱 자신의 연인이 생각이 났다.


지금 코비가 보고 있는 꽃은 천일홍.

자줏 빛 꽃 속에 작은 안개꽃 같은 꽃들이 가득 피어있어 화려하지만 수수한 매력을 지닌 이 아이는 꽃말이 더 사랑스럽다.

 천일홍의 꽃말은 변함없는 사랑.

 코비가 미캉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에 적당한 꽃이다.

꽃집에서 잘 팔지 않는, 그러니까 아주 예쁜 꽃은 아니지만 들꽃으로써는 정말 예쁘고 미캉처럼 사랑스럽다고 코비는 생각했다.



미캉과 같이 길거리를 걷는 지금, 그 꽃들이 길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귀한 점심시간을 서로를 보는 것에 쓰고 있으니 더더욱 소중한 시간이고 귀중한 풍경이다.


코비는 미캉과 얘기하고 걸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까이에 있는 꽃 한 송이를 꺾어 미캉의 손에 쥐어줬다.

 

“응? 웬 꽃이야? 귀엽게 생겼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천일홍을 보며 미캉은 살풋 미소 지었다.


이게 끝이 아닌데, 벌써 에메랄드 빛나는 미소를 지어주면 나는 어떡하지.

코비는 마음속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미캉 씨, 이 꽃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아니, 뭔데?”

 

코비의 얼굴이 발그레 해지더니. 이내 결심한 듯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변함 없는 사랑이에요.”

“와...”

“제 마음이에요. 언제나 미캉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미캉은 갑작스런 고백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런 식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닥을 내려다보는 미캉을 본 코비는 생각했다.


진작에 선물해줄걸.


비록 당신보다 빛을 내는 것은 없지만 이렇게 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할걸.

그냥 말로 하는 사랑한다보다, 훨씬 더 자신의 마음에 가깝게 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코비는 미캉에게 더 미안해졌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코비는 미캉의 손을 끌어 자신의 품에 오게 했다.

 

“앞으로 제가 더 많이 얘기할게요. 사랑한다고...무엇이든 미캉 씨가 생각나는 것은 가져와 보여줄게요. 그것들은 전부 제가 미캉 씨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는 증거들이니까.”

 

미캉은 마주 앉으며 알겠다는 듯 코비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자신의 품에 안겨온 미캉을 놓지 않겠다는 듯 코비는 미캉의 허리에 두른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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