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를 비추는 바다 1화
미캉
25-10-06 21:51
83
햇빛이 부시도록 화창한 어느 오후. 얼마 전 대령이 된 코비는 미캉에게 악마의 열매 도감을 빌리러 가는 길이었다. 공부의 목적 속에 미캉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코비는 2년 전 미캉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반해있었다. 한여름 날, 헤르메포와 같이 잠시 쉬며 얘기하던 그 벚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던 미캉이 중심을 잘 못 잡아 코비의 품에 떨어지던 그 때. 코비는 미캉의 태양을 가둔 에메랄드 빛 눈에, 그녀를 안아 올리면 확 들릴 것 같은 가벼움에 반해버렸다. 그것도 첫눈에.
그냥 과학자인 줄 알았던 미캉이 해군본부 소장인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코비는 미캉 씨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자신보다 훨씬 상사였음을 알고 가프에서 물었더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재밌지 않냐."
그렇다고 상관모욕죄가 될 수 있는 것을 방조하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다. 미캉의 계급이 밝혀지고 나서도 계속 전과 다름없이 대해주는 미캉을 보며 코비는 나름 용기를 가지고 있더란다. 적어도 내가 미캉 씨에게 마음을 품어도 될까하는 그런 용기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아하면 그렇게 하면 되지, 그게 무슨 용기까지 필요한 일이냐고 물을 것이지만, 코비에게는 용기까지 필요하다.
자신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으며 자신 같은 것이 미캉을 마음에 담아도 되는 것 일까.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코비는 나름 조심조심, 들키지 않게 미캉에게 다가가고 있다. 미캉이 자신의 마음을 알면 도망가 버릴까, 하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그때, 들판 멀리서 주황색의 맑은 빛이 반짝인다. 마치 낮의 반딧불이 같았다. 그 반딧불이에게 다가가니 웬걸. 주황빛의 길고 긴 미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고, 무엇보다 등에 천사의 날개와 같은 것이 활짝 펼쳐져 있지 않은가. 그 날개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코비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코비는 너무나도 놀라 미캉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그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놀란 것은 미캉도 마찬가지였다. 천사인 자신이 등에 숨겨둔 날개를 펼칠 때는 보통의 인간은 자신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캉은 처음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코비를 보고 설마. 그리고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또 설마.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캉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열었다.
"코비, 혹시 내가 보이니…?'
"...네."
"나 어떤 모습인데?"
"평소와 달리 허리 아래까지 오는 긴 머리에, 등에 날개가…."
"진짜? 내가 보여? 보통 인간들을 나를 볼 수 없는데?"
미캉은 날개를 한번 펄럭이더니 지상에 사뿐히 발을 내디뎠다. 미캉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자, 평소에 보는 미캉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코비는 어안이 벙벙해 미캉의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미캉 씨는 정말로 천사인 걸까? 처음에 봤을 때 엄청 가벼웠던 것도 천사이시기에 그랬던 걸까? 천사라면 인간이 아니신 걸까? 끝없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윽고 미캉이 입을 열었다.
"코비가 생각하는 거…. 그거 맞아."
"진짜요?"
"바다가 그렇게 넓은데 천사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루피 씨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며 코비는 설득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다. 보통 인간은 날 볼 수 없는데!"
"그, 그래요?"
"응. 어쩌면 전생에 천사였을지도 몰라! 아주 간혹 있다고 들었어. 인간으로 환생한 천사들이 있다고. 아마 코비가 선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
"지, 진짜요?"
"응. 저기 있잖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걱정 마세요!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헤헤, 고마워. 그래도 들킨 사람이 너라서 다행이다."
나라서 다행이라니.
코비는 미캉이 자신을 믿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렴 자신의 마음에 살고 있는 사람이 본인을 신뢰하고 있는데 누군들 안 그럴까?
미캉은 일단 자리를 옮기자며 자기 집으로 코비를 초대했다. 코비는 기꺼이 알겠다며 미캉의 뒤를 따라갔다. 악마의 열매 도감은 다음에 빌리러 와야겠다. 미캉을 볼 수 있는 핑계를 아낄 수 있는 것이 코비는 그저 좋았다.
미캉의 집에 도착해서 다시 천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새하얀 날개가 펄럭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도 내가 보여?"
"네, 잘 보여요."
미캉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코비에게 차를 내밀었다.
”여러 가지 궁금하지? 음, 일단 천천히 설명해 줄게.“
”네.“
미캉은 녹차를 한 입 홀짝이곤 천사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은 어떤 천사인지, 아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하나씩 말했다. 천사라는 존재는 인간계보다 한 차원 높게 있는 천계라는 곳에서 사는 주민이며, 자신은 그 천사 중에서 대천사로서 인간계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미, 미안. 갑자기 너무 뚱딴지같은 소리지?“
”아, 아뇨!“
문득 코비는 미캉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보통 이렇게 신비한 존재들은 살아온 시간도 많고 그러던데.
"미캉 씨, 혹시…. 얼마나 사셨어요?"
"인간계 나이로는 23살이지만, 천계의 나이로는 230살 정도? 왜?”
"아뇨, 그냥 궁금해져서요. 소설 같은 데 보면 미캉 씨 같은 분들은 나이가 사람들하고 다르잖아요.."
"의외로 신기하지?"
"네“
.
.
.
.
코비는 2년 전 미캉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반해있었다. 한여름 날, 헤르메포와 같이 잠시 쉬며 얘기하던 그 벚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던 미캉이 중심을 잘 못 잡아 코비의 품에 떨어지던 그 때. 코비는 미캉의 태양을 가둔 에메랄드 빛 눈에, 그녀를 안아 올리면 확 들릴 것 같은 가벼움에 반해버렸다. 그것도 첫눈에.
그냥 과학자인 줄 알았던 미캉이 해군본부 소장인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코비는 미캉 씨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자신보다 훨씬 상사였음을 알고 가프에서 물었더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재밌지 않냐."
그렇다고 상관모욕죄가 될 수 있는 것을 방조하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다. 미캉의 계급이 밝혀지고 나서도 계속 전과 다름없이 대해주는 미캉을 보며 코비는 나름 용기를 가지고 있더란다. 적어도 내가 미캉 씨에게 마음을 품어도 될까하는 그런 용기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아하면 그렇게 하면 되지, 그게 무슨 용기까지 필요한 일이냐고 물을 것이지만, 코비에게는 용기까지 필요하다.
자신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으며 자신 같은 것이 미캉을 마음에 담아도 되는 것 일까.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코비는 나름 조심조심, 들키지 않게 미캉에게 다가가고 있다. 미캉이 자신의 마음을 알면 도망가 버릴까, 하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그때, 들판 멀리서 주황색의 맑은 빛이 반짝인다. 마치 낮의 반딧불이 같았다. 그 반딧불이에게 다가가니 웬걸. 주황빛의 길고 긴 미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고, 무엇보다 등에 천사의 날개와 같은 것이 활짝 펼쳐져 있지 않은가. 그 날개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코비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코비는 너무나도 놀라 미캉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그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놀란 것은 미캉도 마찬가지였다. 천사인 자신이 등에 숨겨둔 날개를 펼칠 때는 보통의 인간은 자신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캉은 처음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코비를 보고 설마. 그리고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또 설마.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캉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열었다.
"코비, 혹시 내가 보이니…?'
"...네."
"나 어떤 모습인데?"
"평소와 달리 허리 아래까지 오는 긴 머리에, 등에 날개가…."
"진짜? 내가 보여? 보통 인간들을 나를 볼 수 없는데?"
미캉은 날개를 한번 펄럭이더니 지상에 사뿐히 발을 내디뎠다. 미캉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자, 평소에 보는 미캉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코비는 어안이 벙벙해 미캉의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미캉 씨는 정말로 천사인 걸까? 처음에 봤을 때 엄청 가벼웠던 것도 천사이시기에 그랬던 걸까? 천사라면 인간이 아니신 걸까? 끝없는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윽고 미캉이 입을 열었다.
"코비가 생각하는 거…. 그거 맞아."
"진짜요?"
"바다가 그렇게 넓은데 천사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루피 씨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며 코비는 설득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다. 보통 인간은 날 볼 수 없는데!"
"그, 그래요?"
"응. 어쩌면 전생에 천사였을지도 몰라! 아주 간혹 있다고 들었어. 인간으로 환생한 천사들이 있다고. 아마 코비가 선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
"지, 진짜요?"
"응. 저기 있잖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걱정 마세요!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헤헤, 고마워. 그래도 들킨 사람이 너라서 다행이다."
나라서 다행이라니.
코비는 미캉이 자신을 믿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렴 자신의 마음에 살고 있는 사람이 본인을 신뢰하고 있는데 누군들 안 그럴까?
미캉은 일단 자리를 옮기자며 자기 집으로 코비를 초대했다. 코비는 기꺼이 알겠다며 미캉의 뒤를 따라갔다. 악마의 열매 도감은 다음에 빌리러 와야겠다. 미캉을 볼 수 있는 핑계를 아낄 수 있는 것이 코비는 그저 좋았다.
미캉의 집에 도착해서 다시 천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새하얀 날개가 펄럭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도 내가 보여?"
"네, 잘 보여요."
미캉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코비에게 차를 내밀었다.
”여러 가지 궁금하지? 음, 일단 천천히 설명해 줄게.“
”네.“
미캉은 녹차를 한 입 홀짝이곤 천사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은 어떤 천사인지, 아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하나씩 말했다. 천사라는 존재는 인간계보다 한 차원 높게 있는 천계라는 곳에서 사는 주민이며, 자신은 그 천사 중에서 대천사로서 인간계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미, 미안. 갑자기 너무 뚱딴지같은 소리지?“
”아, 아뇨!“
문득 코비는 미캉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보통 이렇게 신비한 존재들은 살아온 시간도 많고 그러던데.
"미캉 씨, 혹시…. 얼마나 사셨어요?"
"인간계 나이로는 23살이지만, 천계의 나이로는 230살 정도? 왜?”
"아뇨, 그냥 궁금해져서요. 소설 같은 데 보면 미캉 씨 같은 분들은 나이가 사람들하고 다르잖아요.."
"의외로 신기하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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